If all of this truly belongs to god
A는 B를 그린다. 이젤을 마주보고 A의 앞에 앉은 B는 초점 없는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. 창백한 뺨 옆으로 늘어진 머리칼이 빛이 들면 백색처럼 보이는 환한 금발인데도 도무지 사랑스럽다거나 활기차다는 감상은 들지 않는다. A는 신을 믿지 않으나 과연 이 모든 조물이 진정 신의 것이라면, 자신이 그 세상 안에서 그려내는 색채에도 어떤 의도가 반드시 깃들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. 그는 그래서 보이는 그대로를 그려내지 않고 기필코 의도를 포함한 그림을 그린다. A가 팔레트 위로 백색과 노란색, 그 위 무채의 회색 물감을 짜면 B가 악의 없이 묻는다. “내 머리카락 색이야?” A가 그를 돌아보지 않고 붓으로 물감을 섞으며 대답했다. “응.” “왜 회색을 섞지?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.” 화가가 아닌, 예술가가 아닌 관객의 질문은 회랑에서 주로 던져지는 것이 아니므로 귀한 법이다. A는 그때에 고개를 들어 어렵사리 B의 눈과 마주한다. 저 눈을 칠할 때도 필히 채도를 낮춰야 하리라 생각하면서······ “‘내’ 너는 그래.” B가 눈을 깜빡인다. “이상하네.“
'Recode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Music is my escape from reality (1) | 2026.09.04 |
|---|
